양자역학은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중첩 상태, 관측자 효과 등 직관에 반하는 개념들로 가득합니다. 이러한 난해한 개념들은 현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해석의 차이를 불러일으켰고, 수많은 철학적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Eugene Wigner)가 제시한 사고실험 ‘위그너의 친구’는, 관측의 의미와 현실의 성립 조건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실험으로 유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양자 논쟁 속 위그너의 친구 실험이 제기한 철학적 질문과 그 해석적 갈등에 대해 살펴봅니다.

위그너의 친구 실험이란 무엇인가?
‘위그너의 친구’ 사고실험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형태의 양자 사고실험입니다. 위그너는 이렇게 상상했습니다. 밀폐된 실험실 안에 한 명의 친구가 있고, 그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외부에 있는 위그너는 실험이 끝날 때까지 실험실 내부를 관측할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친구는 고양이를 관측하고, 고양이가 ‘살아있는 상태’ 혹은 ‘죽은 상태’ 중 하나로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위그너의 입장에서 볼 때, 실험실 전체(친구 + 고양이)는 여전히 양자적으로 중첩 상태에 있다고 해석됩니다. 즉, 위그너는 친구조차도 ‘살아 있는 고양이를 본 상태’와 ‘죽은 고양이를 본 상태’가 중첩되어 있는 양자계로 간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관측자의 관측이 실제로 현실을 결정하는가?, 그리고 어디까지가 관측자이며, 관측의 범위는 어디까지 유효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친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지만, 위그너가 관측하기 전까지는 전체가 중첩 상태라는 이 아이러니는 양자역학의 관측 문제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사고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측의 상대성, 그리고 현실의 정의
위그너의 친구 실험이 제기하는 핵심 의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사람이 관측을 통해 현실을 확정했다 하더라도, 그 관측이 다른 사람에게 공유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현실’이라 할 수 있는가?”
이는 양자상태의 붕괴(수축)가 관측자에게 상대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즉, 어떤 관측자는 상태가 붕괴했다고 보고, 다른 관측자는 여전히 중첩 상태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고전역학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객관적 현실’ 개념을 근본부터 흔드는 문제입니다.
이 사고실험은 단순한 물리학적 상상을 넘어, 현실의 존재 조건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현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인식해야만 하는가? 또는 모든 관측자는 각자의 현실을 갖고 있는가? 이런 질문은 곧 ‘관측의 정의’와 ‘객관적 세계의 성립 조건’으로 이어지며, 양자역학 해석의 방향을 결정짓는 철학적 논쟁으로 확대됩니다.
특히 위그너는 관측 행위를 통해 상태가 붕괴한다고 주장하며, 관측자에 의식(consciousness)이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이후 물리학계에서 많은 반론을 불러일으켰으며, ‘의식이 양자현상을 결정한다’는 주장에 대한 과학적, 철학적 검토가 이어졌습니다.
해석의 다양성과 끝나지 않는 논쟁
위그너의 친구 사고실험은 이후 수많은 해석 이론들을 낳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양자역학 해석들이 위그너의 문제에 각기 다른 해답을 제시합니다.
- 코펜하겐 해석
관측이 일어나면 상태가 붕괴한다는 전통적 입장. 그러나 위그너의 친구가 관측했음에도 외부자(위그너)는 중첩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깨진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 다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tion)
모든 가능성이 실제로 발생하며, 각 가능성은 서로 다른 세계로 분기한다는 해석. 위그너와 친구가 다른 세계에 존재하게 되므로, 수축이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 객관적 붕괴 이론
특정 조건이 되면 외부 관측 없이도 상태가 붕괴된다는 이론으로, 관측자의 개입을 제거하려는 시도입니다. - 상대적 상태 해석
각 관측자는 자신의 정보에 기반한 현실을 갖고 있으며, 하나의 절대적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석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은 오늘날까지도 정답을 내지 못한 채,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위그너의 친구 실험은 단지 한 사람의 상상 실험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의 가장 근본적인 미해결 문제를 드러내며 현대 물리학과 철학의 교차점에 서 있습니다.
위그너의 친구 사고실험은 관측과 현실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드는 강력한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 관측해야 현실이 성립하는가?”라는 문제는 오늘날에도 양자역학 해석 논쟁의 핵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작은 사고실험 하나가 과학, 철학, 인식론을 아우르는 거대한 논의로 확장되는 것이 바로 양자역학의 매력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해석이 제시되고 있는 만큼, 양자의 세계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