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중뇌의 도파민 신경세포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드러나는 운동 증상 이전에도 다양한 병리학적 변화가 존재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이론이 바로 Braak의 병리 단계 이론입니다. Braak은 파킨슨병의 병리적 진행이 뇌의 특정 부위에서 시작되어 점차 확산된다고 보았고, 이를 여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Braak 단계별 병리적 변화와 관련된 뇌 부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각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임상적 시사점을 함께 살펴봅니다.

1단계~2단계: 후각구역과 연수의 초기 변화
Braak 1단계는 병리적 변화가 뇌간 하부와 후각 구조에서 처음으로 나타나는 시기로, 이 단계의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미주신경 배측핵(dorsal motor nucleus of the vagus nerve)과 후각망울(olfactory bulb)에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의 비정상적 응집이 관찰된다는 점입니다. 이 단백질은 루이소체를 형성하여 뉴런 기능을 저하시킵니다.
이 시기에는 아직 뚜렷한 운동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후각 감퇴나 소화기 자율신경계 증상(예: 변비, 위배출 지연 등)이 주요 징후로 관찰될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환자의 약 90%가 진단 이전부터 후각 기능 이상을 경험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이는 조기 바이오마커로 후각 기능 검사가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단계로 진행되면 병변은 청반(locus coeruleus), 구심성 망상형성체(reticular formation) 등으로 확산되며, 수면 조절과 각성 상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이 시기의 대표적 비운동 증상 중 하나인 REM 수면 행동장애(RBD)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RBD는 파킨슨병 발병의 수년 전부터 나타나는 전조 증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3단계~4단계: 중뇌와 변연계 구조의 침범
3단계에 들어서면서 병변은 중뇌의 흑질(substantia nigra pars compacta)로 퍼지게 됩니다. 이 부위는 도파민을 생산하는 주요 영역으로,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실이 본격화되면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운동 증상이 발현됩니다. 이 단계부터는 임상적으로 진단이 가능해지며, 일반적으로 진단 시점은 Braak 3단계 또는 그 이후로 간주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운동 완만증(bradykinesia), 떨림(resting tremor), 근육 경직(rigidity), 자세 불안정성(postural instability)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환자에 따라 증상 발현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영상진단으로는 DAT 스캔(Dopamine Transporter Scan)을 통해 흑질의 도파민 운반체 감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4단계로 넘어가면 병리 변화는 변연계로 확산되며,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 편도체(amygdala), 전측 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 등이 영향을 받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에게 우울감, 정서적 둔감, 불안, 집중력 저하 등의 비운동 증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심리사회적 기능 저하가 이 시기에 시작될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조기 인지기능 저하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5단계~6단계: 대뇌피질 확산과 인지기능 저하
5단계부터는 병리가 대뇌피질로 퍼지며, 이로 인해 파킨슨병은 단순한 운동장애 질환을 넘어서 전반적인 인지 기능의 저하를 동반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변화합니다. 특히 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측두엽(temporal lobe)의 침범은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5단계에서는 실행 기능 장애(계획, 판단, 집중 등)가 나타나고, 이와 함께 일상적 문제 해결 능력이 저하되며, 경미한 치매 증상이 발현되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루이소체 병리는 전전두엽(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과 측두엽의 측면 피질(lateral temporal cortex)에서 관찰되며, 이는 파킨슨병 치매(PDD)로의 진행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6단계에 이르면 병리 변화는 일차 운동피질(primary motor cortex), 일차 감각피질(primary somatosensory cortex), 두정엽(parietal lobe) 등으로 확산됩니다. 이로 인해 환자는 심각한 인지 저하와 더불어 공간 인식 장애, 언어 능력 저하, 환각, 망상 등의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신경정신과적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며, 가족과 보호자의 전폭적인 지원이 요구됩니다.
알츠하이머병과의 병리적 중첩도 이 단계에서 흔히 나타나며, 루이소체 외에도 타우 단백질 축적이나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관찰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는 혼합성 치매(mixed dementia)로 진단되기도 하며, 치료 전략 수립 시 이를 고려한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Braak의 병리 단계 이론은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 및 예후 예측에 있어 매우 유용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합니다.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병리학적 특징과 뇌 부위를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환자의 현재 상태를 더 명확히 파악하고, 향후 진행 경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은 향후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치료 전략과 바이오마커 개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